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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FX Diary
VFX Diary

게임 개발일지 01 7월3일

첫 번째 개발일지는 RogueTD를 왜 만들기 시작했는지부터 적어보려고 합니다. 사실 처음부터 엄청 큰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예전에 타워디펜스를 하면서 느꼈던 그 재미가 계속 남아 있었어요.

타워를 하나씩 세우고, 조금씩 강해지고, 내가 짠 배치가 마지막 웨이브까지 버텨줄 때 있잖아요. 적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방어선이 딱 맞물려서 전부 막아내는 순간. 그 느낌이 되게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재미를 내가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개발자로서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게임이 꼭 거창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처음 기획부터 플레이 가능한 형태까지 하나의 게임을 끝까지 만들어보는 것. 만들고, 고치고, 테스트하고, 다시 손보는 과정을 제대로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RogueTD는 그런 마음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RogueTD early playable battlefield direction
초기에는 화면이 화려한지보다, 길과 적, 타워, UI가 한눈에 보이는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처음 잡은 방향

처음 기획은 아주 단순하게 잡았습니다. 모바일 가로 화면에서 플레이하는 타워디펜스. 적은 정해진 길을 따라오고, 플레이어는 길 주변의 정해진 자리에 타워를 놓습니다. 웨이브를 막으면 보상을 고르고, 그 선택이 다음 전투에 영향을 주는 방식입니다.

처음부터 맵을 여러 개 만들거나, 복잡한 성장 시스템을 넣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작게 만들더라도 한 판이 제대로 굴러가게 하자.” 그래서 스테이지 1개, 짧은 웨이브, 타워 몇 종류, 적 몇 종류만으로 먼저 재미를 확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때 생각한 핵심은 성장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약한 타워 몇 개로 버티다가, 보상을 고르고 업그레이드를 쌓으면서 점점 방어선이 완성되는 느낌. 타워디펜스를 좋아했던 이유가 바로 그 부분이었기 때문에, RogueTD에서도 그 감각을 가장 먼저 살리고 싶었습니다.

왜 타워디펜스였나

타워디펜스는 규칙이 단순해서 좋았습니다. 적은 길을 따라오고, 나는 타워를 배치합니다. 그런데 막상 플레이해보면 생각할 게 꽤 많습니다. 어디에 먼저 지을지, 어떤 타워를 키울지, 느린 적과 빠른 적을 어떻게 섞어서 막을지 계속 판단하게 됩니다.

개발 범위를 너무 크게 벌리지 않으면서도, 플레이어가 전략을 세우는 맛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모바일에서는 조작이 복잡하면 금방 피곤해지기 때문에, 배치는 단순하게 두고 선택의 재미를 살리는 쪽이 잘 맞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유 배치보다는 고정 건설 패드 방식을 먼저 선택했습니다. 원하는 곳 아무 데나 짓는 방식은 자유롭지만, 모바일에서는 실수도 많고 화면도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초반에는 그런 자유도보다 “어디에 놓아야 가장 잘 막을까?”가 선명하게 보이는 쪽이 더 중요했습니다.

Unreal로 해보고 싶었던 것

RogueTD를 Unreal Engine으로 만든 이유도 꽤 개인적입니다. 제가 익숙한 쪽이 Material, Shader, Niagara 같은 시각 효과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도 숫자만 올라가는 타워디펜스가 아니라, 타워가 강해질수록 화면에서도 변화가 바로 느껴지는 방향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처음 생각한 타워 계열은 독, 빙결, 대포였습니다. 독은 초록색으로 천천히 갉아먹는 느낌, 빙결은 청록색으로 멈추고 얼리는 느낌, 대포는 주황색 충격으로 터뜨리는 느낌. 이렇게 색만 봐도 역할이 어느 정도 읽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RogueTD watermarked tower resource preview
타워 리소스는 원본 대신 워터마크가 들어간 미리보기로만 살짝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몬스터는 귀엽지만 구분되게

몬스터 쪽도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너무 무섭게 만들면 게임 분위기와 안 맞고, 너무 귀엽기만 하면 전투에서 위협이 잘 안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 톤은 작고 귀엽게 가되, 실루엣과 색으로 역할이 구분되게 잡아보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기본 몬스터는 작고 둥글게, 빠른 몬스터는 몸이 더 가볍거나 날렵하게, 미니보스는 크기와 장식이 확실히 보이게 만드는 식입니다. 플레이어가 자세히 뜯어보지 않아도 “저건 빨라 보인다”, “저건 체력이 많아 보인다” 정도는 바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RogueTD는 타워와 이펙트가 화면에 많이 올라오는 게임이라, 몬스터가 배경이나 스킬 이펙트에 묻히면 곤란합니다. 그래서 눈에 잘 들어오는 눈, 밝은 포인트 컬러, 단순한 큰 형태를 우선해서 보고 있습니다. 결국 몬스터도 예쁜 그림이기 전에 게임 안에서 읽혀야 하는 정보니까요.

RogueTD watermarked monster concept preview
몬스터 컨셉도 원본 시트가 아니라, 분위기만 볼 수 있는 워터마크 미리보기로 넣었습니다.

적 종류도 처음엔 작게

처음부터 몬스터를 많이 넣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먼저 필요한 건 기본형, 빠른형, 미니보스 정도였습니다. 기본형은 게임의 기준점이 되고, 빠른형은 방어선의 빈틈을 테스트하고, 미니보스는 지금까지 쌓은 화력이 충분한지 확인하는 역할입니다.

이렇게 역할을 작게 나누면 밸런스를 보기 좋습니다. 기본 적이 너무 빨리 죽는지, 빠른 적이 너무 불공평한지, 미니보스가 그냥 체력만 많은 지루한 적이 되는지 하나씩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멋진 적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각 적이 게임 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먼저 정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로그라이크 요소는 살짝만

RogueTD라는 이름처럼 로그라이크 요소도 넣고 싶었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복잡한 영구 성장이나 거대한 메타 시스템을 만들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건 한 판 안에서 선택이 달라지는 느낌입니다.

웨이브를 막고 나면 보상 3개 중 하나를 고릅니다. 독 피해를 올릴지, 빙결 시간을 늘릴지, 대포 범위를 키울지 같은 선택입니다. 아주 단순하지만, 이런 선택이 쌓이면 같은 맵을 플레이해도 매번 조금 다른 흐름이 생깁니다.

제가 좋아하는 타워디펜스의 재미도 결국 여기서 나옵니다. “이번 판은 이 방향으로 가볼까?” 하고 고른 선택이 몇 웨이브 뒤에 진짜 효과를 내는 순간. RogueTD에서도 그런 작은 만족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 진화 아이디어

타워 조합 진화도 초반부터 넣고 싶었던 요소입니다. 그냥 타워 레벨만 오르는 것보다, 서로 다른 계열이 만나서 새로운 효과가 생기면 훨씬 재밌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처음 후보로 잡은 것이 빙결과 대포를 섞은 “서리 폭발”이었습니다.

빙결은 적을 묶고, 대포는 범위로 터뜨립니다. 둘이 합쳐지면 얼어붙은 적 주변으로 충격이 퍼지는 그림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게임플레이로도 이해하기 쉽고, 이펙트로도 보여주기 좋은 조합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RogueTD의 강화는 단순히 숫자만 커지는 게 아니라, 화면에서 “아, 내 빌드가 진짜 바뀌었구나” 하고 느껴지는 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시작을 기록하는 중

지금 올리는 이미지와 내용은 완성본 소개라기보다, RogueTD가 어떤 생각에서 시작됐는지 남겨두는 기록에 가깝습니다. 앞으로 개발하면서 이름도 바뀔 수 있고, 몬스터나 타워 디자인도 계속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처음에 잡은 방향은 분명합니다.

작게 시작하더라도 끝까지 플레이 가능한 게임을 만들 것. 타워를 배치하고, 적을 막고, 보상을 고르고, 점점 강해지는 재미를 살릴 것. 그리고 Unreal에서 제가 좋아하는 VFX 감각을 게임 규칙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볼 것.

앞으로 RogueTD가 어떤 고민을 거쳐 바뀌고, 어떤 문제를 고치고, 어떤 방식으로 하나의 게임에 가까워지는지 개발일지로 계속 기록해보겠습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